남자 차세대 에이스 오준성도 하리모토 토모카즈 상대로 선전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전지희가 이토 미마를 꺾고 두 손을 치켜들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전지희가 이토 미마를 꺾고 두 손을 치켜들었다.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 20)가 이토 미마(23일본, 8)를 꺾었다. 혼자 남아 8강까지 전진했다. 전지희는 29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치러진 신한은행 2024 WTT 챔피언스 인천 여자단식 16강전에서 일본의 강호 이토 미마와 풀-게임대접전을 펼친 끝에 32(11-9, 4-11, 6-11, 11-8, 11-6)의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토 미마는 이번 대회 전까지 전지희에게는 천적에 가까웠던 선수다. 일곱 번을 싸워 일곱 번을 모두 졌고, 그 일곱 경기 동안 따낸 게임도 모두 합쳐 단 세 게임에 불과했을 정도로 철저히 막혔었다. 그런 선수를 상대로 전지희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경기를 펼쳤다. 첫 게임부터 강하게 몰아쳤다. 조금은 느슨했을 이토 미마가 미처 전열을 정비하기 전에 빠르게 스코어를 벌렸다. 이토 미마가 뒤늦게 추격전을 벌였으나 전지희가 먼저 11점을 찍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한 점, 한 점 소중하게!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한 점, 한 점 소중하게!

2게임부터는 흐름이 달랐다. 이토 미마는 천적답게전지희의 공격코스를 기막히게 지켰고, 자신의 공격은 코스를 역으로 뚫어냈다. 그동안 둘 간의 시합 패턴이 반복되는 양상이었다. 2게임과 3게임을 내리 가져가며 이토 미마가 역전에 성공했다. 승부는 그대로 마무리될 것만 같았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상대의 저항이 거세자 이토 미마가 당황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상대의 저항이 거세자 이토 미마가 당황했다.

하지만 4게임 들어 다시 한 번 흐름이 반전됐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지희는 파이팅을 멈추지 않고 강하게 맞부딪쳤다. 속공 대 속공으로, 톱스핀 대 톱스핀으로, 미처 코스를 가늠하기도 전에 빠른 공격을 주고받으며 난타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승부는 전지희에게 조금씩 더 유리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경기장을 메운 관중의 응원소리가 높아지면서 더 힘을 낸 전지희가 이토 미마를 ‘8’에 묶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결국 전지희가 승리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결국 전지희가 승리했다.

전지희가 이토 미마와의 경기에서 두 게임 이상을 따낸 경우는 이번 시합이 처음이었다. 상대의 저항이 예상 밖으로 거세자 당황한 이토 미마는 5게임 들어 집중력을 잃어갔다. 전지희가 한 포인트 한 포인트에 집중한 반면 이토 미마의 타구는 자주 코트를 벗어났다. 전지희는 내친 김에승리했다. 5게임이 모두 끝나는 순간 전지희는 두 손을 치켜들었다. 단어 그대로 ‘78였다. 여덟 경기 만에 처음 이긴 전지희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고였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전지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토 미마는 내게 산 같은 선수다. 내 작전을 너무 잘 알고 대처해서 솔직히 한 점 따내기도 어려운 상대였다. 그런 선수를 이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기쁘다고 말했다. 승인은 이를테면 도전에 있었다. 전지희는 이기겠다는 생각보다 랠리 하나하나에 집중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오 감독님과 함께 많이 연구했다. 길게 넣고 때렸다. 마지막 게임까지 가면서 이토 미마도 힘들어 하는 게 보였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결국 이겼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7전 8기였다. 전지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7전 8기였다. 전지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전지희가 챔피언스 8강에 올랐다. 개인적으로 WTT 챔피언스에서 가장 높은 단계까지 진출했다. 다음 경기는 왕만위(중국)와 쳉이칭(대만)16강전 승자를 만난다. 아마도 왕만위가 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누가 올라오더라도 이토 미마 못지않은 강자들이다. 전지희는 이런 톱-랭커 선수들과 직접 대전하는 시합은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이기고 지고 승패도 중요하지만 랠리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전지희는 그래도 오늘 저녁은 잠시만이라도 기쁘고 싶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웃고 있었지만 전지희는 아랫배를 움켜잡고 있었다. 실은 너무 긴장한 탓에 속이 좋지 않았다. 전지희는 내일 바로 8강이다. 남은 시간 잘 쉬고 잘 회복해서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승리 소감을 밝히는 전지희.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승리 소감을 밝히는 전지희.

한편 16강전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남자부 경기는 두 경기를 모두 패했다. 가장 먼저 경기에 나선 남자대표팀 주장 이상수(33삼성생명, 29)는 프랑스의 중견선수 시몽 고지(29, 세계30)에게 03(10-12, 7-11, 7-11)으로 완패했다. 듀스 대결이 벌어진 첫 게임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이후 이상수는 중진에서의 랠리 대결을 유도한 시몽 고지의 페이스에 말려 모든 게임을 패했다. 속공은 통하지 않았고, 실수가 너무 많았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오준성이 기대 이상의 명승부를 펼쳤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오준성이 기대 이상의 명승부를 펼쳤다.

전지희의 16강전에 이어 경기에 출전한 오준성(17미래에셋증권, 46)은 일본 에이스 하리모토 토모카즈(20, 9)와 명승부를 펼쳤다. -게임접전 끝에 23(6-11, 7-11, 11-6, 12-10, 7-11)으로 졌다. 오준성은 초반 두 게임을 먼저 내줬지만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상대 공격에 적응해내며 길목을 지켰고, 특유의 유연한 디펜스가 살아나면서 공격도 통했다. 듀스 끝에 승리하고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4게임은 압권이었다. 마지막이 된 5게임에서 부족한 뒷심으로 결국 패했지만, 오준성으로서는 처음 만난 톱-랭커를 상대로 대접전을 펼치면서 잠재력을 한껏 과시한 경기가 됐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하리모토를 상대로 풀-게임접전을 펼치며 잠재력을 과시했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하리모토를 상대로 풀-게임접전을 펼치며 잠재력을 과시했다.

오준성은 32강전에서도 아프리카 최강자 오마르 아싸르(이집트)를 꺾으면서 존재감을 보였었다. 16강전에서도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과시했다. 오준성은 경기 뒤 졌지만 준비한 것을 실전에서 보여주고 나와 후회는 없는 경기가 됐다.”고 말했다. “강한 상대에게 이길 수 있는 자신감도 생겼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잘하는 것을 넘어 이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패했지만 잘 싸운 오준성이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패했지만 잘 싸운 오준성이다.

대회 3일차를 지나고 있는 현재 WTT 챔피언스 인천은 남녀단식 16강전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한국은 남자대표팀 장우진(28, 세계12)과 임종훈(27한국거래소, 21)이 잠시 뒤 각각 대만 에이스 린윤주(22대만, 세계6)와 중국의 노장 마롱(35중국, 세계4)을 상대로 경기에 나선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그래도 오준성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그래도 오준성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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