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타니 준(일본), 쉬신(중국) 완파! 다음 달 세계랭킹 기대

이상수(국군체육부대·27, 세계13위)가 ITTF 월드투어 플래티넘 2017 독일오픈에서 남자개인단식 4강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남자 개인복식에서는 정영식(미래에셋대우·25)과 함께 우승까지 차지했다.
 

▲ 이상수가 독일오픈 남자단식 4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 쉬신을 꺾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쾌조의 선전이었다. 이상수는 32강전에서 폴란드의 복병 야쿱 디야스(세계61위)를 4대 1(6-11, 12-10, 12-10, 11-3, 11-8)로 잡은 뒤 16강전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던 상대인 미즈타니 준(일본, 세계6위)을 4대 3(11-6, 11-9, 4-11, 6-11, 8-11, 11-7, 12-10)으로 꺾고 포효했다. 이상수의 진격은 8강전에서도 이어졌다. 세계 최강자 중 한 명인 중국의 쉬신(10월 랭킹 세계3위)을 4대 0(11-6, 11-9, 11-4, 12-10)으로 완파했다. 준결승전에서는 홈그라운드에서 싸운 티모 볼(세계4위)에게 0대 4(4-11, 9-11, 4-11, 9-11)로 패하면서 아쉽게 전진을 멈췄지만 그야말로 놀라운 선전이었다.
 

▲ 4강전에서 아쉽게 졌지만 놀라운 선전이었다. 4강전 직후 티모 볼과의 악수. 사진 국제탁구연맹.

이로써 이상수는 지난달 리에주 남자탁구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탈락한 아쉬움을 씻어냈다. 이번 대회가 월드투어 최고 레벨 대회인 플래티넘 대회여서 더욱 가치 있는 성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회에는 중국이 전례 없을 정도의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했다. 세계 1위 마롱은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 중국대표팀 주축들인 판젠동, 쉬신, 장지커를 포함해 린가오위엔, 쉬에페이, 저우위와 같은 차세대 간판들도 모두 나왔다. 따라서 이번 대회에 넌 차이니스 선수들은 4강 진출도 힘들 것으로 보였지만 이상수가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예상을 넘은 결과를 연출해낸 것이다. 특히 16강전과 4강전에서 꺾은 미즈타니 준, 쉬신과의 승부는 이번 대회의 백미였다. 다음은 8강 쉬신전 직후 ITTF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이겨서 매우 기분 좋다. 하지만 내 생각에 쉬신은 자신의 힘대로 플레이 하지 못했다. 쉬신은 마르코스 프레이타스와의 16강전에서 4대 3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공격량과 움직임이 많아 크게 지쳤었던 것 같다.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쉬신은 100퍼센트 힘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겨서 행복하긴 하지만, 행복한 생각은 80퍼센트고 나머지 20퍼센트는 딱히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다. 나는 여전히 군 복무 중이고, 이것은 정신력이 강해지는 좋은 훈련이 되고 있다. 나는 내가 더 강해졌다고 생각하는데, 예전보다 긴장하는 것이 줄었다.”

남자단식은 최종 결과도 애초 예상과는 다르게 나왔다. 이상수를 이긴 티모 볼은 지난달 리에주 남자 탁구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는데, 최종전 결과도 월드컵과 똑같았다. 맞은편에서 올라온 결승상대가 자국 후배 옵챠로프 디미트리(11월 랭킹 세계3위)였고, 시합은 또 옵챠로프의 승리로 끝났다. 4강전에서 세계2위 판젠동을 상대로 극적인 4대 3(13-11, 11-7, 7-11, 3-11, 11-9, 8-11, 15-13) 승리를 거뒀던 옵챠로프는 결승전에서도 풀-게임 접전을 벌여 4대 3(9-11, 11-5, 11-9, 6-11, 11-7, 7-11, 11-6)으로 승리했다. 월드컵에 이어 비중 있는 국제이벤트를 연속 우승하는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 남자단식 우승은 독일의 옵챠로프 드미트리가 차지했다. 월드컵에 이은 연속우승. 우승 직후 로스코프 코치와 포옹하는 모습이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다음 달 남자부 세계랭킹은 작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11월 세계랭킹에서 중국이 오랫동안 독점해오던 상위권에 균열을 낸 독일 선수들의 오름세가 주목된다. 순위 변동을 떠나 포인트에서 일단 치열한 경쟁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이상수의 랭킹 역시 기대되는 대목이다. 세계6위(미즈타니 준)와 세계3위권(쉬신)을 연이어 꺾은 놀라운 활약이 어느 정도나 반영될지 주목해볼만 하다. 이상수는 11월 랭킹에서 총 2635점의 랭킹 포인트를 받아 13위에 올랐는데, 앞서 있는 선수들과 랭킹 포인트 차가 크지 않아 ‘TOP10’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수가 10위권 안쪽에 진입한다면,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은메달리스트인 유승민, 오상은, 주세혁 세대 이후로는 지난해 7월 10위에 올랐던 정영식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 이상수는 남자복식에서는 정영식과 호흡을 맞춰 우승 쾌거를 이뤄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이상수와 정영식은 남자개인복식에서는 우승으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결승전에서 일본의 하리모토 토모카즈-키즈쿠리 유토 조와 접전을 벌여 3대 2(8-11, 3-11, 11-5, 16-14, 11-6)로 이겼다. 이상수-정영식 조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1, 2게임을 연속해서 내주며 패배 위기에 몰렸지만, 남은 게임을 모두 가져오며 짜릿한 역전승을 기록했다. 8강전에서 중국의 판젠동-쉬신 조를 꺾고 기세를 올렸던 일본의 어린 선수들은 한국의 강자들만은 넘지 못했다.

한편 이번 대회 여자부 경기에서는 중국의 첸멍(세계2위)이 단식 결승전에서 최근 세계랭킹 1위까지 올라선 자국팀 동료 주위링을 4대 3(9-11, 8-11, 13-11, 9-11, 13-11, 11-9, 11-4)으로 꺾고 우승했으며, 복식은 일본의 하야타 히나-히라노 미우 조가 정상에 올랐다. 기대를 모았던 한국의 양하은(대한항공)-전지희(포스코에너지) 조는 우승한 일본 선수들에게 8강전에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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