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한국 여자대표팀이 2018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쾌조의 질주를 계속했다. 1일 오후(한국 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치러진 여자 그룹 예선 4라운드에서 홍콩에 3대 1로 승리했다. ITTF 팀 랭킹 4위 홍콩은 그룹 내 톱-시드지만 앞선 경기들보다도 오히려 원활한 경기력으로 완승을 거뒀다. 4전 전승을 거둔 한국은 그룹 예선 1위를 확정하는 최상의 성과도 달성했다.

전지희(포스코에너지, 세계35위)가 또 공을 세웠다. 첫 단식 주자로 나와 상대 두호이켐(세계17위)을 3대 1로 꺾으면서 기선을 제압했고, 4단식에서 또 전체 승부를 마무리했다. 첫 번째 매치 상대 두호이켐은 최근 홍콩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강호지만 전지희의 상승세가 더 강력했다. 첫 게임을 내줬지만 빠르게 전세를 역전시킨 뒤 결국 3대 1 승리를 거뒀다. 에이스 대결에서 거둔 전지희의 승리로 순식간에 흐름이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첫 단식 승리로 기선을 제압하는 수훈을 세운 에이스 전지희.

2단식에 출전한 서효원(렛츠런파크, 세계12위)도 승리하면서 한국은 완전히 분위기를 장악했다. 리호칭(세계16위)에게 3대 1로 이겼다. 서효원은 사실 홍콩전을 앞두고 있던 한국팀의 ‘보루’였다. 파워탁구를 구사하는 홍콩 선수들이 커트주전형에 약한 면모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리호칭과의 국제무대 상대전적에서도 5승 1패로 서효원이 압도적 우위에 있었다. 기대대로 서효원은 무난히 승리했다. 끈질긴 커트에 적절한 역습을 섞어가며 상대를 요리했다. 잠시 전열이 흐트러졌던 3게임을 내줬지만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4게임에서 서효원은 내내 리드를 지키며 어렵지 않게 경기를 끝냈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2단식 승리로 경기 흐름을 장악한 주장 서효원.

3단식에서 안재형 감독은 의외의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 3번 주자는 유은총(포스코에너지, 세계74위)이었다. 한국 벤치가 앞선 두 경기에서 부진했던 양하은(대한항공) 대신 컨디션이 좋은 유은총을 택한 것. 유은총은 올 초 카타르오픈에서 상대 수웨이얌미니(세계36위)와 싸워 승리한 전적이 있었다. 예상외의 파격은 유은총의 ‘경험’을 믿는 전략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은총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첫 출전의 긴장 속에서 특유의 연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기는 마지막 게임 듀스를 거듭하며 치열하게 전개됐지만 끝내 패했다. 5게임 10대 8까지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고도 에지를 시비로 오래 항의한 상대 페이스에 말리고 말았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3단식에서 매치포인트를 먼저 잡고도 아쉽게 패한 유은총.

그리고 마지막이 된 4단식. 또 한 번 전지희가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 들어 최고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는 전지희는 4단식에서도 기세를 늦추지 않았다. 리호칭은 상대가 되지 못했다. 포어백 어느 코스에서도 전지희의 우세가 돋보였다. 2게임에서 듀스 접전을 벌이고 3게임 초반에도 리드를 허용하며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전지희의 물오른 공격력은 끝내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홍콩전을 포함 이번 대회에서 치른 모든 시합을 이기고 있는 전지희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한국의 승리를 합작한 두 에이스, 전지희와 서효원.

전지희는 본래 백핸드 디펜스를 바탕으로 한 랠리전에서의 우위로 승수를 쌓는 유형의 선수였다. 하지만 그런 스타일로는 국제무대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으로 지난해 중반부터 공격력에 보다 중점을 두는 훈련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슬럼프 우려에도 불구하고 단행했던 ‘모험’의 결과는 현재까지는 대성공! 전지희는 매 경기마다 적극적인 공격탁구를 구사하며 한국의 연승에 기여하고 있다. 힘을 바탕으로 한 남성적 탁구를 구사하는 두호이켐이나 리호칭과의 맞드라이브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단순한 승리를 넘어 더 희망적인 기대를 품게 하고 있다. 전지희의 완승과 함께 한국팀의 최종 승리도 산뜻하게 마무리됐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한국 여자대표팀이 8강을 조기 확정했다. 환호하는 한국팀 벤치.

거침없이 4연승을 내달린 한국은 이로써 예선 마지막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조 수위를 확정했다. 그룹예선 마지막 상대인 브라질은 그룹 내 최약체여서 이변이 없는 한 한국의 낙승이 예상된다. 만에 하나 패하더라도 동률의 가능성을 남겨둔 홍콩에 승자승에서 앞선다. 8강 직행이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지난 2014년 도쿄, 2016년 쿠알라룸푸르 대회 모두 예선 1위 자리를 놓치면서 16강전부터 본선을 시작해야 했다. 예선 부진의 충격이 본선으로도 이어져 루마니아(2014), 독일(2016)에 패해 16강 탈락의 수모를 당했었다. 그룹 예선 1위를 확보한 이번 대회는 일단 6년 만에 8강에 복귀한 성과를 달성한 셈이 됐다. 16강전을 거쳐 올라올 상대와의 8강전을 차분하게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전승의 기세를 타고 선수들의 사기도 충천해있다. 이왕이면 2012년 대회 이후 내려와야 했던 4강에 복귀하고, 더 높은 단계에 도전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한국 여자 예선 4라운드 경기 전적

▶ 여자 D그룹 예선 4라운드 | 대 홍콩(3대 1 승)
전지희 3(7-11, 11-4, 11-7, 11-5)1 DOO Hoi Kem
서효원 3(11-7, 11-7, 7-11, 11-5)1 LEE Ho Ching
유은총 2(7-11, 11-8, 11-4, 7-11, 15-17)3 SOO Wai Yam Minnie
전지희 3(11-5, 12-10, 11-6)0 LEE Ho 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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