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할름스타드 제54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의 ‘메이데이’는 한국 탁구에는 ‘약속의 날’이었다. 여자대표팀이 홍콩을 잡고 8강 직행을 확보한 데 이어 남자팀도 그룹 톱-시드 프랑스를 꺾고 D그룹 1위를 확정했다. 8강 직행이다. 같은 날 열린 ITTF 총회에서는 2020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부산 유치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한국 탁구인들의 얼굴에서 온종일 웃음기가 가시지 않는다.

남자대표팀도 쾌조의 4연승을 달렸다 한국 시간으로 1일 밤 열한 시에 시작된 D그룹 예선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유럽의 강호 프랑스를 물리쳤다. 이상수(국군체육부대), 정영식, 장우진(이상 미래에셋대우) ‘3총사’가 다시 출격해 세 매치를 연속으로 따내면서 3대 0 쾌승을 일궈냈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힘들었던 첫 단식을 지켜내면서 승기를 몰아온 '주장' 이상수.

첫 단식부터 나쁘지 않은 출발을 했다. 이상수(세계8위)가 까다로운 왼손 셰이크핸더 엠마누엘 르베송(세계28위)과 벌인 일진일퇴의 속공대결을 승리로 이끌었다. 게임을 주고받으며 내내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으나, 양쪽 다 밑천을 모두 내보이고 시작한 5게임에서는 이상수의 일방 우세로 승부가 결판났다. 3대 2 신승이었지만 치열한 접전 끝 승리가 오히려 기선 제압에 더 큰 효과를 냈다. 프랑스 벤치의 분위기가 빠르게 가라앉았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상대전적에서 열세였던 시몽 고지를 잡고 포효한 '에이스' 정영식.

이상수가 넓게 펼친 멍석에서 정영식(세계53위)이 춤을 췄다. 유럽 선수답지 않게 파워와 세기를 겸비한 시몽 고지(세계10위)는 한국 선수들에게 강한 면모를 보여 왔던 선수다. 정영식도 이번 경기 이전까지 국제무대 상대전적에서 2승 4패로 열세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정영식의 절묘한 코너워크와 끈질긴 디펜스가 빛을 발했다. 6대 10까지 뒤지다 연속 4득점으로 따라붙은 뒤 무려 네 번의 ‘어게인’을 반복하다 끝내 승리한 2게임은 이번 승부의 백미였다. 접전 직후 잠시 긴장이 풀린 3게임을 아쉽게 내줬지만 정영식은 곧바로 다시 고삐를 틀어쥐고 4게임을 몰아붙여 3대 1 승리를 지켜냈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마음껏 경기를 펼치면서 승리를 확정한 '영건' 장우진.

선배들이 벌린 판은 막내 장우진(세계41위)이 정리했다. 프랑스의 3번 주자 쿠엔틴 로비노트(세계99위)는 장우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기술을 떠나 믿었던 주전들이 연달아 패하면서 떨어진 사기는 안 그래도 강한 근성을 보유한 장우진의 패기를 만나면서 극복하기 힘든 약점이 됐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8대 0까지 스코어를 벌릴 만큼 무섭게 치고 나간 장우진은 단 5점만 내주고 첫 게임을 마무리했다. 이어진 2, 3게임도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간 장우진은 결국 어렵지 않게 3대 0 승리를 거뒀다. 포어 드라이브에서의 확실한 우위를 바탕으로 이렇다 할 고비도 만나지 않았다. 장우진의 승리와 더불어 한국의 예선 4승도 기분좋은 마침표를 찍었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남자대표팀도 8강 직행을 확정했다. 담담한 한국 벤치.

거침없이 4승을 확보한 남자대표팀은 이로써 여자대표팀처럼 마지막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조 수위를 확정했다. 예선 3라운드에서 오스트리아에 패한 프랑스는 한국전 패배를 더해 2패가 됐다. 또한 한국의 예선 마지막 상대인 크로아티아가 한국-프랑스전과 동시에 열린 인도전을 패하면서 역시 2패가 됐다. 인도와 오스트리아 역시 2패씩을 안고 있다.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이 패한다 하더라도 그룹 내 다른 경쟁국들이 한국을 앞설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사라졌다. 예선 마지막 경기인 크로아티아전을 본선 토너먼트를 대비해 가볍게 몸을 푸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대회 남자대표팀은 현재의 주전들이 오랫동안 대표팀을 지키던 노장 수비수 주세혁 없이 출전한 첫 대회여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정신적 지주가 은퇴한 상황에서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베테랑이 된 이상수, 정영식을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 좋은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 2년 전 쿠알라룸푸르 대회에서처럼 그룹예선 1위에 올라 8강전을 준비한다. 높은 사기를 바탕으로 이전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리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그룹 예선 마지막 경기인 크로아티아전은 한국 시간으로 5월 3일 새벽 두 시부터 시작된다.

한국 남자 예선 4라운드 경기 전적

▶ 남자 D그룹 예선 4라운드 | 대 프랑스(3대 0 승)
이상수 3(11-9, 5-11, 11-9, 12-14, 11-4)2 LEBESSON Emmanuel
정영식 3(11-7, 16-14, 9-11, 11-7)1 GAUZY Simon
장우진 3(11-5, 11-7, 11-9)0 ROBINOT Quen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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