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일본을 꺾었다. ‘코리아’의 여자선수들이 당했던 패배를 한국의 남자선수들이 되갚았다.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치러진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체 8강전. 4일 밤부터 5일 새벽(한국 시간)까지 장장 세 시간이 넘게 이어진 ‘한·일 라이벌 매치’에서 정영식(미래에셋대우), 이상수(국군체육부대), 장우진(미래에셋대우)이 3대 1의 승리를 일궈냈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남자대표팀이 동메달을 확보했다. 정영식이 시작하고 끝냈다.

끈기와 집중력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정영식(세계53위)과 하리모토 토모카즈(세계13위)가 만난 첫 단식이 경기의 전체 양상을 대변했다. 첫 게임은 무려 여섯 번의 듀스가 이어졌다. 일본이 자랑하는 어린 ‘천재’ 하리모토의 패기에 심리적으로 흔들릴 법도 했지만 정영식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내 게임을 가져왔다. 2게임과 3게임을 내줬지만 정영식 특유의 성실한 플레이는 뒤로 갈수록 아직 경험이 부족한 하리모토를 흔들었다. 4게임을 손쉽게 가져온 뒤 5게임이 접전 양상으로 전개되자 균형추는 조금씩 정영식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첫 단식을 정영식이 3대 2(17-15, 6-11, 9-11, 11-3, 11-9)로 잡아내고 한국이 먼저 웃었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이상수는 졌지만 끈질긴 접전을 벌이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2단식에서 이상수(세계8위)와 미즈타니 준(세계11위)이 또 한 번 풀-게임접전을 벌였다. 첫 게임을 내주고 2게임을 듀스 끝에 잡아냈다. 3게임을 내주고 4게임을 다시 듀스 끝에 잡아냈다. 특히 4게임은 0-8까지 뒤지던 경기를 따라가 14-12로 역전하는 기적에 가까운 승부를 펼쳤다. 마지막 5게임은 못내 아쉬웠다. 공격 일변도 이상수의 플레이 패턴이 막히면서 노련한 미즈타니가 승리했다. 2대 3(9-11, 13-11, 3-11, 14-12, 7-11) 아쉬운 패배였다. 하지만 쉽게 패할 수도 있었던 경기를 마지막 게임까지 끌고 가면서 의지를 표출한 것은 한국 팀 전체의 집중력을 유지시키는 바탕이 됐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장우진이 승부처를 지켰다. 쾌승을 거뒀다.

3단식 주자 장우진(세계41위)이 바로 그 승리를 향한 의지를 폭발시켰다. 일본의 ‘3장’은 니와 코키가 아닌 마츠다이라 켄타(세계14위)였다. 하지만 허를 찌르고자 했던 일본의 승부수는 패착이 됐다. 까다로운 서브와 날카로운 푸시를 주무기로 하는 켄타지만 장우진이 기술에서도 힘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랠리전에서도 드라이브 대결에서도 장우진이 포인트를 가져가는 빈도가 훨씬 많았다. 1, 2게임을 나눠가진 후에는 승부가 빠르게 기울었다. 장우진이 3대 1(11-9, 9-11, 11-9, 11-7)의 쾌승을 거뒀다. 경기 내내 기합을 지르며 분위기를 유지했던 장우진은 마지막 득점 이후 양손을 위로 들어 올리며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세리머니로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팀 분위기는 점점 달아올랐고, 반대로 일본팀 분위기는 점차 가라앉았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이겼다! 승리를 확정짓던 순간의 감격!

4단식에서 정영식이 승부를 마무리했다. 상대는 2단식에서 이상수를 이겼던 미즈타니 준이었다. 미즈타니 준은 이상수를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코트 전체를 커버하며 질긴 랠리전을 벌였으나 정영식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영식이 안정된 디펜스를 바탕으로 연결력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정영식은 이전까지 국제무대 상대전적에서 1승 3패로 미즈타니에게 열세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이었다. 정영식은 강해졌고, 미즈타니는 약해졌다. 좀처럼 뚫리지 않는 정영식에게 미즈타니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결정은 자주 정영식이 내렸다. 결국 이겼다. 3대 0(11-5, 11-8, 11-7) 완벽한 승리였다. 첫 단식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공을 세웠던 정영식은 마지막 마침표까지 자신이 찍었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한국 남자대표팀이 동메달을 확보했다. 열정적인 벤치의 모습.

한국 남자대표팀이 2018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대회 4강전에 올라가 동메달을 확보했다. 더구나 세계 최강 중국을 준결승전에서 피했다. 2016년 대회에 이은 연속 4강 목표는 이미 달성했고, 2008년 광저우 대회 이후 10년 만의 결승 진출도 가시권이다. 난적 일본에 완승을 거둔 선수들의 사기도 하늘을 찌른다. 준결승 상대는 현재 8강전을 치르고 있는 독일-브라질 전 승자다. 객관적인 전력상 독일이 우위에 있지만 승부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한·일전에서 값진 승리를 일궈낸 선수들은 “누가 올라오든 최선을 다해 결승 진출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 (할름스타드=안성호 기자) 10년 만의 결승 진출을 노린다. 선전을 다짐하는 대표팀.

김택수 감독은 “한 선수 한 선수 보면 일본 전력이 좋지만, 우리가 파이팅하고 팀웍으로 뭉치면 저쪽도 부담될 거라고 봤다. 선수들에게 간절히 후회 없이 하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한 “선수들이 흐트러짐 없이 똘똘 뭉쳐서 경기에 몰입하고 있다. 역대 어느 남자팀보다 분위기나 파이팅이 좋다”며 “선수들이 정말 멋진 경기를 하고 있다. 관심 많이 가져주시면 선수들이 힘내서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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