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플래티넘 2019 일본오픈

작년 대회에서 호되게 당한 탓일까, 중국이 올해 일본오픈에는 작심하고 나온 모양이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 남녀챔피언 마롱, 류스원 등 기존 대표들은 물론이고 그동안 국제무대에 자주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복병들도 이례적으로 많이 출전시켰다.

작년 일본오픈에서 중국은 일본 ‘천재’ 들에게 속절없이 무너져 체면을 구겼는데, 올해는 초반부터 압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남자단식에서는 세계랭킹 599위로 무명이나 다름없는 쑨웬이라는 오른손 공격수가 작년 대회 우승자 하리모토 토모카즈(세계4위)를 본선 첫 경기에서 4대 0(11-8, 11-5, 11-7, 11-8)으로 완파했다. 여자단식에서도 대표 2진급 구위팅(세계56위)이 작년 우승자 이토 미마(세계7위)를 4대 2(7-11, 11-7, 11-8, 11-9, 12-14, 12-10)로 무너뜨렸다.
 

▲ 작년 우승자 하리모토 토모카즈를 꺾은 쑨웬. 다음 경기에서 한국의 이상수를 만난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본선 32강 첫 경기가 끝난 14일 오후 현재 남자단식 16강에 중국은 판젠동(1위), 린가오위엔(2위), 쉬신(3위), 마롱(5위), 리앙징쿤(7위), 쑨웬까지 여섯 명이 올랐고, 여자단식 16강에는 첸멍(1위), 류스원(2위), 딩닝(3위), 왕만위(5위), 쑨잉샤(18위), 첸싱통(19위), 헤주오지아(21위), 구위팅(56위), 뤼페이까지 무려 아홉 명이나 올랐다. 여자단식 본선 1회전에서 대만의 강호 쳉아이칭(세계8위)을 꺾고 올라온 뤼페이는 랭킹도 없는 무명이다.

이쯤 되니 비(非)중국 선수들 입장에서는 대진 상 일찍 중국을 만나지 않기를 바라야 할 판이다. 한국도 다시 한 번 상승세를 노렸던 안재현(삼성생명)과 양하은(포스코에너지)이 1회전부터 세계챔피언을 만나는 불운 끝에 예봉이 꺾였다. 안재현은 마롱에게 1대 4(8-11, 8-11, 11-8, 6-11, 6-11), 양하은은 류스원에게 0대 4(5-11, 8-11, 3-11, 5-11)로 졌다.
 

▲ 여자단식 16강에 오른 뤼페이는 세계랭킹도 아직 없는 선수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수비수 서효원(한국마사회)도 계속 성장하고 있는 쑨잉샤에게 힘 한 번 못 써보고 0대 4(2-11, 5-11, 5-11, 5-11) 완패를 당했다. 여자단식은 대만의 쳉시엔츠를 4대 2(11-9, 8-11, 12-10, 10-12, 11-6, 11-6)로 이기고 16강에 오른 전지희(포스코에너지) 한 명만 남았는데 다음 상대가 부다페스트 세계챔피언 류스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남자대표팀 간판들의 선전은 반갑다. 이상수(삼성생명)와 정영식, 장우진(이상 미래에셋대우)이 32강벽을 넘었는데, 이상수와 정영식은 중국의 ‘작심 멤버’들을 뚫어냈다. 먼저 경기를 치른 정영식이 중국 대표팀 주전 출신 옌안과 대접전 끝에 4대 3(6-11, 8-11, 11-7, 11-2, 12-10, 5-11, 11-6) 승리를 거뒀고, 이어서 나온 이상수는 랭킹 167위의 복병 자오지하오의 도전을 4대 2(11-6, 11-13, 11-7, 9-11, 11-7, 11-3)로 막았다. 쉽지 않은 승부들이었지만 하위랭커에게 패하지 않는 뚝심을 과시했다. 중견급 한국 선수들의 ‘버티기’로 중국의 ‘계산’도 조금은 틀어졌을 것이다.
 

▲ 16강에 오른 정영식은 세계챔피언 마롱과 상대한다. 사진은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모습. 월간탁구DB.

물론 승부는 많이 남았다. 정영식과 이상수는 당장 16강전에서 다시 중국 선수들을 만난다. 정영식은 다름 아닌 마롱이 상대다. 결과를 떠나 ‘챔피언’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포인트다. 이상수는 더구나 하리모토를 꺾은 쑨웬이 16강전 상대다. 한껏 기세가 오른 탁구 최강국의 다크호스를 상대로 다시 한 번 뚝심을 발휘해야 한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쌓아온 관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장우진은 홈그라운드 일본의 요시다 마사키를 4대 1(11-7, 11-13, 11-7, 11-6, 11-8)로 꺾었다. 아직 중국 선수는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장우진도 쉽지 않다. 16강 상대가 유럽 최강자 옵챠로프 디미트리(독일)다. 이 시합을 이긴다 해도 중국의 강자 쉬신이 기다릴 공산이 크다. 어쨌든 중국을 넘어야한다.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대표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 이상수가 중국의 복병 쑨웬과 싸운다. 역시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모습. 월간탁구DB.

한편 남자단식 본선에 올랐던 임종훈(KGC인삼공사)과 조승민(삼성생명)은 둘 다 대만 선수에게 패했다. 임종훈은 상대전적에서 앞서던 츄앙츠위엔과 풀-게임접전을 벌였으나 3대 4(11-7, 11-9, 8-11, 8-11, 11-7, 5-11, 7-11)로 역전패했다. 조승민은 떠오르는 신예 린윤주와 역시 풀-게임접전을 벌였지만, 3대 4(11-5, 9-11, 11-7, 9-11, 8-11, 12-10, 9-11)로 패했다. 넘어야 할 상대들은 중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고 있는 2019 일본오픈은 국제탁구연맹 월드투어 플래티넘 대회다. 남녀 개인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경기가 1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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