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개최, 내년부터는 다시 4월 둘째 주말로 고정

국내 오픈 탁구대회의 ‘시초’ 격

지금이야 거의 매 주를 거르지 않고 전국에서 수많은 오픈대회가 열리지만, 2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탁구대회는 당시 생활탁구를 총괄하던 국민생활체육전국탁구연합회 주최 행사들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바로 그 시기였던 2003년 4월 첫 대회를 연 횡성군수배 전국오픈탁구대회는 제도권의 관리를 벗어나도 얼마든지 성공적인 전국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거의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 당시 동호인들의 큰 관심을 받았었다. 끊이지 않고 열리는 ‘오픈 탁구대회 문화’의 물꼬를 튼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횡성=안성호 기자) 횡성군수배 전국오픈 탁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횡성군수배는 특산물인 한우와 찐빵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면서, 엘리트가 아닌 생활체육도 훌륭한 ‘스포츠마케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한 대회였다. 개최 시기마다 지역민들의 큰 환영을 받았는데, 이후의 각 지역 오픈대회에서 지역특산물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늘어난 것도 횡성군수배를 벤치마킹한 결과다.
 

▲ (횡성=안성호 기자) 전국에서 약 950명의 동호인 선수들이 참가했다.

횡성군탁구협회와 함께 첫 대회부터 공동으로 주관을 맡아온 강원도탁구협회(구 강원도생활체육탁구연합회)가 대회에 쏟은 애정도 대단하다. 매년 4월 둘째 주말을 개최일로 못 박고, 전 대회 참가팀에게 숙박권 등의 특혜를 제공하면서 재참가를 유도하는 등 횡성군수배 대회부터 시작된 ‘장치’들이 많다. 라지볼이 활성화된 이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지만, 생활탁구대회로는 파격적이었던 ‘3일 개최’도 횡성군수배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 (횡성=안성호 기자) 특산물 활용도 여전하다. 사진은 여자1부 단식 우승자 김영필(영필교실) 씨. 어사진미와 함께 찰칵!

위기도 없지 않았다. 전국이 심한 태풍 후유증을 앓던 해에는 개최를 거른 적도 있고, 군정의 책임자가 바뀌면서 4년간 대회를 열지 못한 시기도 있었다. 첫 대회를 열었던 2003년 이후 햇수로 17년을 지나고 있지만, 올해 대회 앞에 ‘12회’가 수식된 이유도 그래서다. 대회는 재작년인 2017년부터 ‘부활’했지만, 그사이 4월 둘째 주로 고정해뒀던 개최일도 ‘뺏겼고’, 대회가 워낙 많아지면서 이전만큼의 관심도 받기 어려워진 현실이다.

횡성군수배가 돌아왔다!

제12회 횡성군수배 전국오픈 탁구대회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횡성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에도 4월이 아닌 6월에 대회를 치렀지만, 올해 ‘횡성군수배’는 대표적인 ‘오픈 탁구대회’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전에 없이 강하다. 전국에서 약 950명에 이르는 동호인 선수들이 참가했고, 역시 강원도탁구협회가 횡성군탁구협회와 함께 공동 주관하고 있다. 남녀 라지볼부 단체전과 단식, 남녀 일반부 단체전과 단식, 복식에 이르기까지 연령별, 수준별 구분을 병행해 수많은 부에서 경기를 치르는 강원도 특유의 경기방식도 변함없다.
 

▲ (횡성=안성호 기자) 강원도는 많은 대회를 개최한다. 생활탁구 진행 노하우가 축적되고 있다.

라지볼부 단체전 우승에 횡성한우 꼬리, 준우승은 횡성한우 우족, 3위는 횡성한우 사골이 부상으로 주어지는 등 특산물을 활용하는 모습도 여전했다. 개인전 부상도 특산물인 어사진미다. 일반부는 단체전 우승 50만 원, 준우승 30만 원, 3위 20만 원 등 적지 않은 상금도 책정해 최근 오픈대회 흐름과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모범선수상, 단일팀 최다출전상, 화합상 등등 ‘특별상’도 변함없고, 단체전 우승팀이 내년에도 나올 경우 숙박권을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이어졌다. 오픈대회 유행을 이끌던 ‘횡성군수배’ 그 모습 그대로다.
 

▲ (횡성=안성호 기자) 진행석의 이진노 부회장과 이봉섭 전무이사.

게다가 이번 대회에는 중국도 참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5백 명이 넘는 동호인들이 대거 강원도 춘천에서 ‘그랑프리 대회’를 치르고 관광까지 하고 돌아갔었다. 작년의 추억을 잊지 못해 강원도탁구협회에 문의를 해왔는데, 협회가 ‘횡성군수배 참가’를 추천했다고 한다. 중국 내 9개 성에서 선발된 130명의 동호인들은 일반부 경기 첫날인 22일에는 자기들끼리 자체 대회를 열고 있는데, 다음 날에는 한국 동호인들과 열띤 ‘한·중전’도 예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만족도는 작년 못지않다는 전언. 함께 방한한 위에체육국 관계자가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강원도협회와의 정기 교류를 제안했을 정도다. 강원도협회는 9~10월에 있을 중국 내 대회 참가를 전제로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한다.
 

▲ (횡성=안성호 기자) 강원도탁구협회 지출용 회장. 첫 대회부터 함께하고 있다.

첫 대회부터 계속해서 ‘횡성군수배’와 함께하고 있는 지출용 강원도탁구협회장은 “횡성군수배는 오픈대회의 시초나 다름없는 대회다. 치르지 못한 시기도 있었지만, 다시 시작하면서 군에서도 환영하고 있다. 탁구대회만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무리 없이 진행 중인 이번 대회를 바탕으로 자부심도 내색했다. “내년부터 횡성군수배는 다시 예전처럼 4월 둘째 주에 여는 것으로 고정하려 한다. 많은 동호인들의 관심과 참가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 (횡성=안성호 기자) 중국 선수들도 출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횡성군수배’는 오픈대회 활성화의 선두주자 역할을 해냈던 대회여서 남다른 관심이 가는 대회다. 2020년부터는 예전처럼 4월 둘째 주말로 고정된다. 출발할 때의 그것처럼 계속해서 국내 생활탁구 문화를 선도할 수 있을까. 돌아온 ‘횡성군수배’가 현재 한창이다. 다음의 참가 동호인들의 스윙, 스윙들!
 

 
 
 
 
 
 
 
 
 
▲ 여자4부 개인단식 1위 오향선(장팬).
▲ 여자5부 개인단식 1위 이영미(대구타그로).
▲ 여자 강원6부 개인단식 1위 조정희(원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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