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 중국에 복식 먼저 이기고 앞서가다 역전패

스포츠 경기를 보다 보면 분명 졌는데 진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드는 승부가 있다. 심지어 이긴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패배도 있다. 국제탁구연맹(ITTF) 2019 팀 월드컵 남자단체 결승전이 꼭 그랬다.

한국탁구 남자대표팀이 10일 오후 치러진 결승전에서 중국에 패해 준우승으로 만족했다. 패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잘 싸웠다. 첫 경기로 열린 복식부터 파란이 일었다. 이상수-정영식 주전 복식조가 쉬신-리앙징쿤 조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초반 두 게임을 내리 내주고 패색이 짙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3게임을 듀스 끝에 가져온 뒤 대역전극을 펼쳤다. 마지막 게임도 물고 물리는 듀스 접전이었지만 끝내 승리를 쟁취해냈다.
 

▲ 잘 싸운 대표팀이다. 복식에서 대역전극을 펼친 이상수-정영식 조. 사진 국제탁구연맹.

2번 매치부터 시작된 단식 경쟁에서 밀렸다. 에이스 역할을 맡아 단식만 두 경기에 출전하는 장우진(미래에셋대우)이 2게임에서 상대 에이스 판젠동과 맞서 시소게임을 펼쳤지만 게임을 따내지 못했다. 이어진 3단식에서 다시 파란이 연출됐다. 최근 중국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누구보다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정영식(국군체육부대)이 리앙징쿤과 마지막 게임까지 가는 접전을 전개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정영식으로서는 리드를 유지하며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었던 4게임을 듀스 끝에 내준 게 뼈아팠다. 5게임도 ‘8’로 내주고 통한의 2대 3 패배를 당했다.
 

▲ 장우진은 2게임에서 판젠동에게 졌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마지막이 된 4단식에는 주장 이상수(삼성생명)가 나서 판젠동과 맞섰다. 승부의 추가 기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역시 게임을 따내지 못하고 졌다. 하지만 이상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만은 잃지 않았다. 매치 포인트를 내준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며 상대를 긴장시켰다. 끝내 0대 3으로 졌지만 잘 싸운 승부였다. 결국은 전체 승부도 중국의 3대 1 승리로 끝났다.
 

▲ 이길 수 있었는데...! 정영식이 단식에서도 멋진 승부를 펼쳤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준우승으로 만족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대표팀은 쾌조의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룹 예선에서 미국과 스웨덴을 꺾고 D그룹 수위로 본선 8강에 올랐고, 본선 토너먼트에서도 브라질과 대만을 연파하면서 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결승전에서도 세계 최강팀 중국과 맞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오성홍기 앞에서 지레 승부를 포기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이지 이기고 싶은 의지가 느껴진 승부였다. 이런 기세, 이런 의지라면 언젠가 한 번은 승리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그게 내년 부산 세계선수권대회라도 좋고, 도쿄 올림픽이라도 좋겠다.
 

▲ 언젠가 승리의 날도 올 것이다. 주장 이상수의 경기모습. 사진 국제탁구연맹.

남자대표팀의 준우승과 함께 이번 팀 월드컵에서의 한국대표팀 경기일정도 모두 끝났다. 여자대표팀은 전날 4강전에서 개최국 일본에 패해 3위를 기록했다. 새 주전들이 자신감을 쌓은 여자대표팀도 최근 국제무대 부진을 떨쳐내는 선전으로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핀 대회가 됐다.

지난 6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려온 팀 월드컵은 단체전으로 세계 최강팀을 가리는 국제대회다. 이번 대회는 2020년 하계올림픽 탁구경기가 열리는 체육관에서 올림픽과 동일한 경기방식으로 시합을 치르면서 더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한국대표팀은 남자부 2위, 여자부 3위를 기록하는 소기의 성과를 낳았다. 대회는 이제 중국과 일본의 여자단체 결승전만을 남기고 있다.

남자단체 결승전 결과
대한민국 1대 3 중국
이상수-정영식 3(8-11, 4-11, 12-10, 11-7, 12-10)2 XU Xin-LIANG Jingkun
장우진 0(8-11, 8-11, 9-11)3 FAN Zhendong
정영식 2(9-11, 11-8, 12-10, 13-15, 8-11)3 LIANG Jingkun
이상수 0(8-11, 4-11, 8-11)3 FAN Zhendong
장우진 -(-)- XU X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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