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4월까지 모든 행사 중단, 긴급회의 열어 올림픽 예선도 취소

국제 탁구계도 결국은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3월 16일부터 연맹이 주최, 주관하는 모든 대회와 활동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공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대유행 선언(COVID-19 pandemic)과 갈수록 증가하는 국제여행 제한 등에 따른 조치다. 17일(한국시간)에는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어 내달 열릴 예정이던 2020 도쿄올림픽 대륙별 예선 대신 다른 선발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도 전한다.
 

▲ ITTF는 11일 개막했던 폴란드오픈을 13일 전격 중단했다. 대회 임원들과 심판들이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앞서 ITTF는 올해 챌린지 시리즈 중 한 대회인 폴란드오픈을 지난 3월 11일 예정대로 개최했으나 12일까지 이틀간만 경기를 치르고 13일 급거 대회를 중단한 바 있다. ITTF는 선수, 코치, 관계자, 팬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모든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일단은 4월 말까지를 기한으로 했으나 사태의 진행 여부에 따라 상황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달 6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열리기로 돼 있었던 올림픽 아시아예선 등 4개 대륙별 예선 대회가 모두 취소될 전망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계 탁구계의 모든 일정이 사실상 정지된 셈이다.
 

▲ 대회 중단을 알리는 ITTF 공지 화면이다. 일단은 4월까지 국제 탁구계가 올스톱 상태로 들어간다. ITTF 홈페이지.

국제 탁구계가 사정을 공유하는 만큼 올림픽 예선이나 본선 출전 등에 관해서는 변화되는 추이를 따를 수 있지만, 한국 탁구계 입장에서 더 우려되는 것은 6월로 이미 한 차례 연기된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정상적인 개최 여부다. 본래 이달 22일부터 29일까지 개최할 예정이던 2020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6월 21일부터 2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치르기로 연기돼 있는 상태다.

ITTF 집행위원이자 부산 세계선수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국제탁구연맹과 함께 상황을 심각하게 논의 중이다. 6월 개최가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일단은 3~4주 정도 더 지켜본 뒤 결정하기로 했지만 추가로 연기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ITTF 집행위원인 유승민 회장(오른쪽)은 부산 세계선수권의 추가 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ITTF 인스펙션에 참여하던 모습. 가운데는 스티브 데인턴 ITTF CEO. 월간탁구DB.

또한 유승민 회장은 “아시아가 진정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유럽이나 남미 쪽은 이제 확산이 시작되고 있다. 6월에는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는 일이다. 대회를 강행한다 해도 무관중이나 참가팀들이 상당수 이탈하는 반쪽짜리가 된다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시 연기를 하게 되더라도 목표했던 “역대 최고 대회”를 치를 수 있는 환경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의 무서운 기세다. 올림픽의 취소나 연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서 확정적으로 선언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우선은 향후 3~4주 이내 극적인 호전상황이 전개될 수 있도록 바라야겠지만, 더 악화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B’도 시급해 보인다. 한국탁구 사상 최초 세계선수권대회 국내 개최의 길이 험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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