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5월부터 전국 거점 탁구장에서 리그 시작

문화체육관광부가 10일 발표한 ‘스포츠클럽 승강제(디비전) 리그’에 야구, 당구와 함께 탁구가 포함되면서 동호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문체부는 “야구, 탁구, 당구 등 3개 종목은 올해부터 지역 단위 생활체육 리그 운영을 시작으로 내년엔 시도리그, 2022년엔 광역 리그를 구축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실업, 프로리그와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래 이 사업은 문체부가 성공적으로 정착 중인 축구에 이어 새로운 도입 종목을 선정하기 위한 공모를 시작할 때부터 대한탁구협회가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면서 동호인들의 기대를 모아왔던 일이다. 전국단위 리그 추진 가능성, 동호인 인구, 활성화 정도, 사업 이해도, 운영계획의 구체성 등을 기준으로 하는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협회 사무처와 집행부를 중심으로 노력해왔고, 결국 최종 선정의 기쁨을 누린 것이다.
 

▲ 디비전 리그를 도입하면서 생활체육 탁구가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 사진은 생활체육 전국오픈탁구대회의 한 장면이다. 월간탁구DB.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국가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노력한 사무처와 집행부에 감사드린다. 약속했던 생활체육 저변확대에 힘을 더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계속해서 고민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로써 대한탁구협회는 올해부터 일단 3년간 매년 16억 5천만 원의 국가지원금을 받아 생활체육 탁구 발전에 힘 쓸 수 있게 됐다. 협회는 이번 선정을 “생활탁구 활성화, 부수 체계 안정화, 나아가 우수선수 발굴에도 기여할 수 있는 단계까지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실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실질적인 리그를 실행하는데 있어서는 많은 난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탁구는 승강제에 필요한 부수가 각 개인을 대상으로 한다. 단체전을 기준으로 하는 디비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수적이다. 출전하는 팀은 하나의 클럽으로 지속적인 유지가 전제돼야 한다. 게다가 지역별로 해당 부수의 수준에 차이가 있을 만큼 부수체계가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 실질적인 리그 실행에 있어서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역시 생활체육 경기 모습이다. 월간탁구DB.

정해천 대한탁구협회 사무처장은 “전국 시군을 기준으로 탁구협회가 있는 지역은 221곳이다. 그 중에서 205개 협회가 동참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93%의 높은 참가율을 보였다”고 밝히고 “4월 24일까지 구체적인 제안서를 대한체육회에 제출해야 한다. 참가하는 협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호인들의 관심은 디비전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가이다. 이에 대해 정 처장은 “우선 전국에 대회 진행이 가능한 150개소의 구장을 선정하게 된다. 각 구장에 ‘대한탁구협회 지정 디비전 탁구장’이라는 현판이 걸린다. 협회는 각 지부에 인건비와 구장별 대회운영비, 용품지원 등을 포함해 국가지원금을 배분해 지급할 예정이며, 각 지부는 디비전 구장에서 각각의 시합을 진행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기는 등록 동호인들 대상 6부 기준 3인 단체전으로 우선 시작해, 매년 실행 부수를 점진적으로 늘려 승강제를 정착시킬 계획이며, 최종적으로는 생활체육 최고 부수와 전문체육 팀이 함께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협회는 이번 기회를 행정 전산화에 박차를 가할 계기로도 삼을 방침이다. 정 처장은 “많은 대회가 열리는 만큼 생활체육이든 전문체육이든 일일이 기록하는 절차 대신 태블릿 PC를 활용해 종이 없는 기록으로 바로바로 메일서버에 저장하는 진행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렇게 구축되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증명서 발급 같은 일은 당일로도 발송 처리를 완료할 수 있는 과정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 승강제 리그 시스템 개념도. 최종 목표는 결국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하나의 단체로 통합한지 어느새 4년의 시간이 흘렀다. 1993년 출범 이후 국내 생활탁구를 총괄해왔던 국민생활체육전국탁구연합회가 2016년 대한탁구협회로 통합되면서 기대를 모았으나, 최근 몇 년간은 생활탁구 활성화 정도가 오히려 위축되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형 클럽 시스템을 목표로 세웠으나, 학교스포츠 중심의 선수 발굴 육성과 엘리트팀 운영시스템에서부터 노출되는 생활탁구와의 뿌리 깊은 차이가 시너지를 방해해왔기 때문이다.

클럽 중심 단체전으로 운영될 디비전 사업의 성패 역시 결국은 그와 같은 차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라는 경계가 사라지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코로나19의 확산 추세에 따라 빠르면 5월, 또는 6월경부터 전국에서 시작될 디비전 리그가 한국탁구 지형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 또 한 번 각별한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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