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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울 것인가, 비울 것인가

기사승인 2020.07.07  13: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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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벌 열전> 맥시멀리스트 VS 미니멀리스트

맥시멀리스트는 물질적 욕망을 채우려는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다. 이들은 집이든 회사든 공간만 있다면 더 많은 물건으로 그곳을 채우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반면 미니멀리스트는 비우는 데서 행복을 느낀다. 비움으로써 좀 더 단순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고 그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삶의 방식에 정답은 없겠지만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한 번쯤 생각해 본다면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나를 편하게 만드는 공간

TV에 출연한 한 유명 작가가 사람들이 호텔에서 묵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는 호텔이란 일상을 벗어난 공간이기에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집에서는 꼼짝 않고 쉬고 싶어도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해야 할 집안일을 떠올리게 만들며 스트레스를 주지만 호텔에서는 그런 일이 전혀 없다는 말이었다. 그의 말처럼 집에서는 그 흔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도 쉽지만은 않다. 차를 마시는 중에도 긴 머리카락이 보이면 당장 휴지통에 집어넣어야 할 것 같고, 테이블 위 얼룩은 나도 몰래 손이 먼저 움직여 닦고 있고, 거실 한 가운데 굴러다니는 TV 리모컨은 계속 신경이 쓰인다. 그렇게 끊임없이 무언가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내가 결벽증 환자라서가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물건에 대한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역시 집이 제일 편하다”는 말에 익숙한 까닭에 호텔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에 공감하기 힘들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빳빳한 수건과 얼룩 한 점 없는 하얀 침대 시트, 줄 맞춰 놓여있는 세면도구 등을 떠올리며 살풍경한 호텔 방은 인간미가 없다고 불평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호텔에서는 청소나 물건 정리를 할 필요가 없다. 호텔은 나의 노동력이 필요 하지 않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그것이 호텔에서 제공되는 각종 서비스 덕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호텔 방 안의 물건이 최소한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건의 부재는 곧 내가 해야 할 일들의 부재로 연결된다. 그토록 쾌적하고 편안한 호텔 방이 내가 가지고 온 가방 속 물건들로 채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불편해지고 해야 할 일들 역시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 맥시멀리스트는 채우는 것에 집중한다.

 

소유의 즐거움 VS 책임의 무게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식주가 충족되었다고 해서 만족을 느끼기에는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다양화되었다. 수백 가지의 먹거리가 넘쳐나는 현대에서 하루 세끼 흰쌀밥만 먹어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갖고 싶어 한다. 잘 빠진 고급 승용차, 브랜드와 디자인이 다른 여러 개의 운동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하나둘 산 의류, 추억을 담고 있는 사진이나 편지 등의 기록물, 틈틈이 모은 책들과 디지털기기들까지. 그것들이 나에게 ‘필요한 물건’인가 하는 문제와는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물건’이기에 소유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대인은 기본적으로 맥시멀리스트다. 더 많이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그 욕구에 충실하려고 한다. 세일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상점을 보면 특별히 살 것이 없어도 무조건 들어가서 ‘득템’이라는 자기만족과 함께 새로 산 물건을 들고나오게 된다. 이런 소비와 소유가 가져다주는 만족은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내가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 물건에 대한 책임을 동반한다.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면 운전 실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가격, 주차, 세금, 세차, 수리 등의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책임감보다 행복감이 더 크다면 상관없겠지만 때때로 소유의 행복은 짧고 책임은 오래 가면서 갈등이 생겨난다. 자동차를 사고 운전하면서 느끼는 편리함과 만족감보다 자동차 할부금, 유지비, 주차로 인한 이웃 간 갈등, 정기적인 세차와 정비 등의 문제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더 커진다면 구태여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있을까?   

 

   
▲미니멀리스트는 비우는 것에 집중한다.


나만의 기준을 잡는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마다 꼭 가져가야 하는 물건들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여행을 위해서는 5벌 이상의 옷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옷은 없어도 노트북과 디지털카메라는 무조건 챙겨야하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에겐 10kg의 짐이면 충분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20kg의 짐도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 ‘여행을 위해’ 짐을 꾸린 만큼 그것이 여행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된다면 가방 속 물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여행 내내 가지고 다녀야 하는 짐이 부담이 되어버린다면 여행 자체가 악몽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행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곁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물건이 마음을 어지럽히고 몸을 피곤하게 만든다면 과감하게 그것들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은 보통 대청소를 하거나 이사를 준비할 때다. 물건들을 살펴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것들이 태반이다. 잊고 있었다는 것은 그동안 ‘소용’의 가치도, ‘소유’의 행복도 주지 못한 물건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물건이 다시 차곡차곡 있던 자리로 되돌아간다. 그것들을 다시 손에 쥐는 날은 잘해야 다음번 대청소 날일 확률이 높지만 버리기엔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늘어만 가는 물건들이 있을 자리를 위해 더 큰 서랍장이 필요하고, 더 큰 방이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먼지가 쌓이거나 더러워지지 않게 정기적으로 관리해줘야 한다. 나를 위한 공간,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물건들을 위한 공간이 되고, 물건들을 위한 시간이 되어버린다. 

최근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좀 더 단순하게 살고 싶어서다. 신경 써야 하는 문제들과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줄여나가고 싶은 욕구가 ‘비움’을 삶의 방식으로 설정하고 있는 미니멀리스트로 귀결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맥시멀리스트냐 미니멀리스트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소유와 무소유를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자각하는 것이다. 

<월간탁구 2019년 8월호 게재>

서미순 기자 redrio@naver.com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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