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남긴 상처, 경기 없이 회차만 더하는 여섯 번째 경우

올해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는 끝내 실전을 치르지 못하게 됐다. 대한탁구협회가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제74회째가 되는 금년 대회 개최 취소를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남자단식 3연패를 노리던 장우진(미래에셋대우)도, 네 번째 여자단식 우승을 노리던 전지희(포스코에너지)도 입맛만 다시게 됐다.

이유는 물론 코로나19의 거센 확산 때문이다. 대한탁구협회는 “연일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지역사회의 코로나 감염위험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향후 추이 예측도 어려움이 있으며, 대단위 밀집형인 대회 특성상 선수들 간 대면접촉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경기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협회는 아울러 2021 국가대표/청소년 상비군선발전 일정도 잠정연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올해 종합탁구선수권대회가 끝내 경기를 치르지 못하게 됐다. 사진은 작년 대회 경기장(춘천). 월간탁구DB.

결국 코로나19가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마저 집어삼킨 형국이다. 금년 모든 대회를 취소해왔던 대한탁구협회는 상징성을 감안, 종합선수권대회만은 내년 1월 21일부터 27일까지 충북제천체육관에서 해를 넘겨서라도 개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으나 겨울로 접어들면서 더 거세지고 있는 바이러스 확산세가 이마저도 무산시키고 말았다.

매년 연말 한 해의 탁구를 총결산하는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는 국내의 모든 탁구대회를 통틀어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대회다. 1945년에 발족한 ‘조선탁구협회’는 1947년 현재의 ‘대한탁구협회’로 개칭했는데, 직후 첫 사업으로 벌인 대회가 바로 종합선수권대회였다. 그리고 지난해였던 2019년 12월, 강원도 춘천호반체육관에서 제73회 대회가 열렸다. 말하자면 근현대 한국탁구 73년 역사의 궤가 종합선수권대회에 있는 셈이다. 제1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는 1947년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YMCA체육관에서 개최됐으며, 당시로는 적지 않은 숫자인 832명의 선수들이 참가했을 만큼 커다란 관심을 모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 지난해 남자단식에서 2연패를 달성했었던 장우진. 코로나19가 3연패 도전을 방해하고 있는 형국이다. 월간탁구DB.

하지만 종합선수권대회는 초반 순탄한 길을 걷지 못했다. 지난해 73회째 대회를 치렀지만, 실제 경기가 치러진 횟수만 따지면 그중에서 다섯 회를 빼야 한다. ‘미·소 신탁통치’가 끝나면서 실질적인 광복이 찾아왔던 1948년, 한국전쟁 소용돌이 속이었던 1950년, 1951년, 1952년, 그리고 4.19의거가 일어났던 1960년까지 역사적 격변기를 종합선수권대회도 피해갈 수 없었다. 다만 연도를 따라 실전 없이 회차만은 그대로 더하면서 한국탁구 역사를 상징해왔다. 그리고 2020년, 무려 60년 만에 경기를 치르지 못한 종합탁구선수권대회가 재현된 것이다. 코로나19가 역사적으로도 얼마나 큰 상처가 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74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는 이로써 실전 없이 회차만 더해지는 여섯 번째 대회로 기록되게 됐다. 유승민 제25대 대한탁구협회장의 새 집행부도 조금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임기의 첫발을 떼게 된 상황이다. 1년 뒤 제75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는 이전처럼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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