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최선 다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 “언니들과 시합 기다려져요”

여중부 최강자 김나영이 실업 무대로 진출한다. 올해 대전호수돈여중을 졸업한 김나영은 고등학교 진학 대신 실업팀 포스코에너지 입단을 택했다. 대회가 거의 열리지 못했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김나영은 이미 포스코에너지 탁구단에 합류해 훈련을 이어오고 있었다. 탁구전문지 월간탁구가 신년호 표지이야기로 이 당찬 유망주의 훈련 모습을 담았다.
 

▲ 중학교 졸업과 함께 포스코에너지 입단을 택한 유망주 김나영. 월간탁구DB(ⓒ안성호).

김나영은 일찍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온 기대주다. 2학년이던 2019년에는 각종 중·고대회 여중부 단식을 모조리 휩쓸었고, 같은 해 홍콩 주니어&카데트오픈 여자카데트 단식을 우승하면서 국제경쟁력도 검증받았다. 많은 성과를 토대로 대한탁구협회 2019년 유공자 표창 신인상도 수상했다. 3학년이던 지난해 딱 한 번 열린 제58회 회장기 중·고탁구대회에서는 단식 우승과 함께 팀의 단체전 우승도 견인하며 여중부 대표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하기도 했다.

김나영은 선수 출신 부모로부터 ‘탁구 피’를 이어받은 선수로도 유명하다. 한국화장품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인천가좌초등학교, 호수돈여중 등에서 코치로 활동했던 양미라 씨가 엄마, 대우증권에서 은퇴한 김영진 현 한국수자원공사 감독이 아빠다. 훌륭한 선수였던 엄마, 아빠의 ‘탁구 DNA’가 김나영이 지닌 재능의 원천이 되어준 셈이다. 키도 벌써 170cm를 훌쩍 넘겼을 만큼 김나영은 뛰어난 신체조건까지 갖추고 있는 ‘될성부른 떡잎’이다.
 

▲ 여중부 최강자로 군림했던 김나영. 지난해 딱 한 번 열렸던 중‧고 회장기 대회에서도 전관왕을 차지했었다. 월간탁구DB(ⓒ안성호).

포스코에너지의 김형석 감독은 김나영에 대해서 “좋은 구질을 지니고 있다. 회전량도 많고 공 끝이 길다. 백핸드 구질은 현재 실업팀 언니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아직은 부족한 포어핸드 구질을 좀 더 보완하면 실업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한다. 김형석 감독은 김나영의 장점으로 ‘탁구선수로서 성공하겠다는 목표의식’이 누구보다 뚜렷하다는 점도 꼽았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에다 탁구에 대한 성취욕이 강해서 훈련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 한국나이로 이제 갓 17세가 된 김나영이 까마득한 선배들을 상대로 실업무대에서 펼치게 될 도전의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포스코에너지는 명실상부한 여자실업 최강팀이다. 국내 여자탁구 ‘투톱’ 전지희와 양하은이 있고, 김별님, 이다솜 등 뒤를 받치는 멤버들도 최강급이다. 게다가 올해는 문산수억고 출신 여고부 최강자 유한나도 입단했다. 막내 김나영의 입지는 사실 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김나영은 더 먼 미래를 보고 있다. 김형석 감독도 “당장 어떤 부담을 주기보다는 기존 주전들과 함께 여유가 생길 때 로테이션으로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한다. 최고 선배들과의 훈련을 지속하면서 경험을 쌓아가는 데 우선 방점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 김형석 감독은 김나영에 대해 “월드클래스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고 기대한다. 월간탁구DB(ⓒ안성호).

팀에서의 적응도 적응이지만 김나영에게는 조금 특별한 목표가 있다. 사실 김나영보다 1년 먼저 같은 방식으로 실업에 진출한 선수가 있다. 저 유명한 ‘신동’ 신유빈이다. 신유빈은 지난해 중학교 졸업 직후 대한항공에 입단하면서 화제를 뿌렸었다. 신유빈이 개척한 길을 김나영이 따라갔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어린 선수들의 실업팀 조기 진출은 기존 중·고무대의 ‘판’을 흔든다는 부정적 시선도 없지 않지만, 운동에 집중하기 어려운 학교스포츠 환경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탁구를 위해 일찍부터 사회로 나간 선수들은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잘해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최고의 유망주들로 꼽히는 신유빈과 김나영이 실업무대에서 맞상대하는 그림도 흥미를 자극하게 될 것이다.

“유빈 언니한테는 아직 많이 부족하죠. 두 번인가 시합에서 만났었는데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열심히 해서 따라잡을 거예요. 자신 있어요. 언제 시합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리고 되게 긴장되겠지만 실업에서 언니들과 하는 시합은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실업에서의 훈련으로 이미 눈에 띄게 기량이 늘었다. 더욱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 월간탁구DB(ⓒ안성호).

김나영은 이제 갓 주니어 연령이 된, 아직은 어린 선수지만 승부세계에서 나이는 사실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 등 탁구강국의 국가대표들은 대부분 주니어 시절부터 세계무대에서 맹활약하며 현재 위치에 섰다. 앞서간 신유빈도, 이제 첫발을 딛기 시작한 김나영도 기존 시스템과는 다른 행보를 하고 있지만, 어쩌면 이마저도 빠른 출발은 아닐지 모른다. 빠른 성장을 위해 탁구계가 힘을 모아줘야 할 당위성은 그만큼 충분하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원하는 목표에 이를 수 있다면 한국탁구 미래도 더욱 밝아질 것이므로. “항상 최선을 다하는, 포기하지 않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당찬 각오 속에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김나영의 모습은 월간탁구 2021년 1월호 표지이야기에서 더 자세히 만날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