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희 4강전에서는 일본 숙적 이토 미마에 도전
아직은 언니가 한 수 위였다.
전지희(29, 포스코에너지, 세계15위)와 신유빈(16, 대한항공, 세계94위)이 ‘WTT 스타 컨텐더 도하 2021’ 여자단식 8강전에서 벌인 선의의 대결은 전지희의 승리로 끝났다.
현역 대표팀 에이스와 떠오르는 샛별의 대결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국내 실업랭킹 1위이자 세계 톱-클래스의 강자 전지희를 상대로 한 신유빈의 ‘도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날 세계11위의 강호 히라노 미우(일본)를 꺾은 신유빈의 기세를 무시할 수 없었다.
실제로 경기 초반 신유빈이 앞서가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양 코스를 빠르게 공략하면서 포인트를 쌓아갔다. 첫 게임을 신유빈이 따내자 또 한 번의 이변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였다. 하지만 2게임부터 전지희의 관록이 살아났다. 차분하게 상대 공격을 차단하며 특유의 안정감 있는 랠리를 전개했다. 선배의 여유가 살아나자 신유빈이 긴장했고, 이는 잦은 범실로 이어졌다. 결국 세 게임을 내리 전지희가 가져갔다. 3대 1(7-11, 11-7, 11-7, 11-5)의 낙승이 됐다.
비록 패했으나 신유빈도 잘 싸웠다. 국제무대의 무게감을 견뎌내며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이번 대회에서는 본선 첫 경기에서 같은 또래 일본 라이벌 키하라 미유우(세계49위)를, 16강전에서 세계 최강자 중 한 명인 히라노 미우도 꺾었다. 중국 선수들은 나오지 않았으나, 한국이 약한 면모를 보였던 일본 탁구에 자신감을 높였다. 이번 대회 4강은 선배에게 양보했지만, 신유빈의 탁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승리한 전지희에게는 후배 몫까지 선전해줘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4강전에서 전지희는 이토 미마(일본, 세계3위) 대 디아즈 아드리아나(푸에르토리코, 세계18위) 전 승자와 맞붙게 된다. 디아즈 애드리아나는 중남미 최강자지만 직전 컨텐더 우승자 이토 미마를 만날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게 점쳐진다. 전지희는 아직까지 이토 미마에게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세 번 싸워 세 번 졌다. 가장 최근의 패배는 지난해 11월 ITTF #RESTART 시리즈 중 하나로 열렸던 여자월드컵 16강전에서였다. 약 3개월 만의 재대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또한 이번 대회 복식에서도 짝을 맞추고 있다. 이미 4강까지 진출해있다. 잠시 뒤 열릴 4강전에서는 일본의 오도 사츠키-요코이 사쿠라 조와 대결한다. 올림픽을 대비한 측면에서도 둘의 선전은 반가운 일이다.
한편 신유빈과 전지희의 경기에 앞서 8강전을 치른 김하영(대한항공)은 아깝게 패했다. 루마니아 에이스 엘리자베타 사마라를 상대로 풀-게임접전을 펼쳤으나 재역전패를 당했다. 2대 3(13-15, 11-7, 11-6, 8-11, 12-14)으로 졌다. 첫 게임과 마지막 게임의 듀스 고비를 넘지 못한 게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