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성장! 한국탁구, 아직 ‘완성형’ 아니다.”

* 이 기사는 탁구전문지 월간탁구 3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1 Point Interview]

오상은 남자탁구 국가대표팀 감독
“중요한 건 성장! 한국탁구, 아직 ‘완성형’ 아니다.”

 

  오상은 미래에셋증권 코치(44)가 지난 1월 말 남자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대한탁구협회 전무를 맡은 김택수 전 감독을 대신하여 도쿄올림픽 남자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오상은 감독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해 2개의 메달(2008년 베이징 동, 2012년 런던 은)을 획득했고, 세계선수권대회는 90년대 중반부터 개인전, 단체전을 더해 12회나 출전해 모두 11개의 메달을 따냈다. 국제 오픈대회에서도 단·복식 합계 18회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7년 선수 은퇴와 동시에 소속팀 미래에셋증권의 코치로 부임해 최근까지 활약해왔다.
 

 

  한국탁구는 공격적인 펜 홀더로 세계를 정복했던 화려한 과거가 있지만 세계탁구의 대세는 셰이크핸드 전형이 된지 오래다. 오상은 신임 감독은 한국형 셰이크핸드를 개척해 세계정상권에서 활약한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선임은 한국탁구 대표팀 지도자에 관한 프레임을 한 단계 확장했다는 의미도 있는 셈이다. 오랜 선수생활로 최근 국제무대 흐름도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오상은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그와의 일문일답을 11포인트로 정리하여 게재한다.
  지난달 치러진 선발전 현장에서 내내 선수들의 플레이를 살피며 각오를 다진 오상은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지만 선수들의 성장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게 돼 설렌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도쿄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영광을 누릴 수 있도록 주어진 여건 하에서 온 힘을 다해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1. 우선 축하하며, 국가대표 감독을 맡게 된 소감부터.
  감독으로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놀랐다. 선수들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 것인지, 전임 감독께서 성적을 잘 내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도 없지 않았다. 소속팀에서 아직 코치 신분인데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일단 드문 일 아닌가. 시간이 갈수록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잘 해내고 싶다.

2. 실제로 조금은 파격적인 선임이라는 평가가 있다. 어떤 소명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나.
  집행부가 새로 출발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감각으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보라는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유승민 회장과는 선수 생활도 함께했었다. 유 회장님은 평소에도 선수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나는 현재 대표선수들과도 같이 뛴 경험이 있다. 오랜 선수 생활을 바탕으로 현대 탁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해준 것 같다. 선수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기술적인 수준을 끌어올려달라는 것이 첫째 아닐까.
 

 

3. 말한 대로 국가대표 선수 경험이 길다. 그동안 다른 나라 대표팀도 많이 봤을 텐데 혹 우리 대표팀과 느껴지는 차이가 있었나.
  유럽은 아무래도 개인주의적인 면이 있다.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에이스의 대우는 확실하고 당연시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 우리는 팀 위주라 주전과 비주전을 고르게 챙기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늘 팀-워크를 강조한다. 물론 장단점이 있다. 팀 분위기가 좋아야 하는 것도 틀림없이 맞다. 하지만 어떤 대회가 있고, 주전 멤버들이 정해지면, 에이스 위주로 팀이 돌아가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줄도 알아야 한다. 세 명만 출전하는 올림픽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상비군에서도 그 세 명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우리 선수들도 많이 자유로워졌는데, 여전히 어떤 측면에서는 보수적인 성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4. 임기가 이번 올림픽까지로 그리 길지는 않다. 게다가 전임체제도 아닌데 감독의 권한에 대해서 협회와 따로 나눈 얘기가 있는가.
  그런 것은 별도로 없었다. 다만 운동을 하면서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감독으로서 협회에 보고해야 할 일이 많을 텐데, 그런 요청이나 요구들을 잘 반영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선수들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협회의 역할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임기는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에 6개월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은 게 사실이긴 하다.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해서 성과를 낸다면 연임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모여서 훈련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의욕적으로 풀어가기가 쉽지 않다. 기술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많다. 그런데 자칫 올림픽까지 훈련 한 번 못하고 가게 될 것 같아 걱정이 많다.

5. ‘원하는 그림’이 어떤 건지 듣고 싶다. 우리 대표팀 전력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우리 대표팀 전력은 세계 4강권이다. 공격력만큼은 어떤 강국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말해서 우리 선수들은 ‘완성형’이 아니다. 연결력과 디펜스에서 견디는 능력은 한계를 보인다. 공격형은 약자를 만나면 원하는 대로 풀어갈 수 있다. 하지만 나보다 잘하거나 비슷한 상대와 붙으면 선제를 내주고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한두 개 못 받기 시작하면 쉽게 무너진다. 어쨌든 7대 7, 8대 8, 비슷하게 가야 승부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셰이크핸드 백핸드에서의 범실을 줄이고 공격 능력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원하는 그림도 그거다. 선수들의 마인드 자체를 바꾸고 싶다. 선수들도 사람인지라 새로운 걸 하다 보면 부딪치게 될 것이다. 특히 기술은 안 되면 원래대로 돌아가게 돼 있다. 재미도 없고, 짜증만 나고… 하지만 그걸 참고 견뎌야 바꿀 수 있다. 포어 공격은 따로 시키지 않아도 이미 잘한다. 견딜 줄도 아는 스타일, 연결도 디펜스도 잘 해내면 훨씬 강한 탁구가 될 것이다.

6.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 멤버들이 회장, 부회장, 감독, 선수위원장 등으로 뭉친 상황이 됐다. 현재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목표는?
  큰 대회를 준비하고 뛰어본 사람들이 후배 선수들을 이끄는 것은 분명 강점이다. 메달을 위해 필요한 전력을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특수성이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제대로 모여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진천선수촌 입촌이 안 된다면 다른 형태로라도 강화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협회의 협조를 당부하고 싶다. 물론 코로나로 인한 충격은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므로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목표는 메달이다. 올림픽은 3위와 4위의 차이가 매우 크다. 일단 4강 진출, 이후에는 이왕이면 더 밝은 색 메달을 목표로 하게 될 것이다.
 

▲ 오상은 감독은 올림픽만 네 번 출전했다. 사진은 단체전 은메달을 땄던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의 주역들이 모두 현재 대한탁구협회의 핵심이다. 왼쪽부터 오상은(현 대표팀 감독), 유승민(현 회장), 유남규(현 부회장), 주세혁(현 선수위원회 위원장).

7. 선발전을 거쳐 이제야 올림픽대표팀이 확정됐다. 팀 구성은 만족하는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남자는 애초부터 준비해왔던 틀이 그대로 유지된 상황이다. 지난해 올림픽이 열렸다면 뛰었을 멤버들이다. 일단은 오래 호흡을 맞춰왔던 복식에서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갈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랭킹의 이점도 마찬가지다. 단체전 메달의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선발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도 대표팀에 들지 못한 안재현은 아쉬움이 클 것이다. 안재현은 남자탁구 미래를 끌고 가야 하는 중요한 선수다. 실망하지 말고 다시 도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8. 그런데 지금은 말한 대로 코로나로 인해 팀-워크 다지기도 힘든 상황이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당부할 것은?
  경험 많은 선수들이므로 올림픽 준비과정에 대한 걱정은 사실 크게 하지 않는다. 다만 신임감독으로서 기술적으로 보완하고 싶은 부분에 대한 과정이 더뎌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우진(장)이는 같은 팀에 있어서 괜찮지만, 다른 선수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선발전 때 시스템적으로 더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을 말해뒀으니 잘 따라오고 있을 것으로 믿고 싶다.

9. 오상은 감독의 선임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이 많다. 팬들에게도 전할 말이 있을까.
  일단 선수들과 같은 셰이크핸드 전형이니까 간접경험을 넘어 보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얘기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본다. 젊은 지도자로의 분위기 쇄신을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다. 선수를 오래 해서 그렇지 사실 그렇게 젊지도 않은데…(웃음, 오상은 감독은 77년생이다). 어쨌든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중요한 것은 성장이다.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들 스스로 이런 부분을 더해 기술적으로 성장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지금은 동호인 분들 기술 수준도 매우 높다. 그 분들도 보시면 안다. 한국탁구가 좋아진 것 같다 그렇게 공감할 수 있으면, 발전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10. 그래도 당장 주어진 목표는 올림픽이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첫발을 딛는 각오는?
  2016년 리우올림픽 때 잘 싸웠지만 노메달이었다. 도쿄에서는 반드시 다시 메달을 따도록 하겠다. 올림픽은 보통의 대회와 다르다. 시합이 훨씬 많은 세계선수권이 더 힘들다는 얘기가 있지만 긴장도 면에서 차이가 있다. 출전 선수 모두 초긴장 상태로 시합을 하기 때문에 한 번 부담을 갖기 시작하면 잘하던 선수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대가 바로 올림픽이다. 화려한 재능을 가진 선수보다 착실하게 자기 몫을 해낼 수 있는 선수가 더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선수들은 충분히 메달을 딸 수 있는 기량이 있다.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지도자에게 주어져 있는 몫일 것이다.

11. 대표팀의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당장 국제대회가 시작된다.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WTT 컨텐더스, 스타 컨텐더스가 이어진다. 돌아오면 본격적으로 올림픽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훈련 여건이 여의치 못하고, 시간도 많이 주어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방법을 찾아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겠다.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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