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탁구연맹에 꿈나무발전기금 전달, 정현숙 회장 금메달 비법 전수도 눈길

올림픽 탁구 국가대표팀 막내 신유빈(17·대한항공)이 한국탁구 꿈나무들을 위해 또 한 번의 의미 있는 기부를 했다.

신유빈은 11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내에 위치한 한국여성탁구연맹 사무국을 찾아 꿈나무발전기금 5백만 원과 상당한 물량의 탁구용품 전달식을 치렀다. 여성탁구연맹 정현숙 회장과 오경희 꿈나무위원장, 한진경 이사가 직접 나와 신유빈을 환영했다.
 

▲ (더핑퐁=안성호 기자) 신유빈이 한국여성탁구연맹에 꿈나무발전기금을 기부했다. 정현숙 회장과 함께.

한국여성탁구연맹은 전국어린이탁구대회 개최, 초등학교 엘리트탁구팀을 직접 찾아가 지원하는 ‘꿈나무함께하기’, 한·중·일 유소년탁구교류사업 등을 매년 개최해오는 만큼 한국탁구 꿈나무 발굴, 육성에도 큰 역할을 하는 단체다. 신유빈 역시 군포 화산초등학교 재학 시절 여성탁구연맹의 후원으로 중국에서 열린 교류전에 출전, 또래 중국 선수들과 시합한 적이 있다고 한다.

신유빈의 이번 기부는 그와 같은 여성탁구연맹의 꿈나무 지원 사업과 취지를 같이하는 것이다. 신유빈은 “어릴 때 받았던 도움이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중국교류전이 개인적으로는 첫 해외 경기였고, 더 큰 꿈을 갖는데 좋은 계기가 됐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적게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코로나 때문에 후배 선수들이 시합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 여성탁구연맹의 지원으로 해외에서의 첫 교류전에 참가했었다는 신유빈. 당시 10살! 사진제공 신유빈.

실업 2년차 신유빈은 지난해에도 이미 뜻깊은 기부로 주목받은 바 있다. 실업에서의 첫 월급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역 보육원 어린이들에게 6백만 원 상당의 운동화를 선물했고, 한국초등학교탁구연맹에도 후배 선수들을 위해 써달라며 역시 6백만 원 상당의 러버를 기증했었다. 1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지만 선한 영향을 전하려는 마음 씀씀이는 처음 그대로인 셈이다.

여성탁구연맹 정현숙 회장은 “연맹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후원이라 놀랐고 또 고맙다. 운동을 잘한다고 누구나 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유빈이가 어릴 때부터 신동으로 주목받고 많은 관심 속에 커왔으면서도 상당히 예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코로나로 인해 못하고 있는 사업들을 하반기부터는 재개할 예정인데, 유빈이의 예쁜 뜻이 잘 전달되도록 신중하게 논의해서 사용하겠다. 꿈나무 선수들에게 유빈이는 이미 우상이나 다름없다. 후배들이 고맙고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 (더핑퐁=안성호 기자) 신유빈이 한국여성탁구연맹에 꿈나무발전기금을 기부했다. 왼쪽부터 정현숙 회장, 오경희 꿈나무위원장, 신유빈, 한진경 이사.

마음 씀씀이는 그대로지만 신유빈의 위상은 1년 전과 비교해 또 놀라울 만큼 성장했다. 당당한 올림픽대표로 도쿄올림픽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막내지만 에이스로서 한국팀 전력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눈코뜰새 없는 훈련 일정 속에서도 여성연맹을 직접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잠깐 훈련을 쉬는 틈을 이용한 것이다. 대표팀 언니 오빠들은 이미 접종을 완료했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신유빈은 뒤늦게 접종이 허락됐다. 잠깐의 틈도 허투루 쓰지 않는 신유빈이다.

그리고 여성탁구연맹의 정현숙 회장,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한국여자탁구가 사상 처음으로 세계를 제패했던 ‘사라예보 신화’의 주역이다. 현역 때는 탁구가 올림픽 종목이 아니었지만, 협회 임원으로 수많은 올림픽도 경험했다. 세계 정상의 중압감은 서본 사람만 안다. 까마득한 후배지만 여자탁구의 계보를 이어가는 신유빈을 위해 금메달 기운도 전수했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높은 긴장감 속에서 싸우게 될 것이다. 힘든 경기일수록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어느 순간 테이블 너머 상대만 보일 때가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의 중압감을 이겨내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숙 회장은 또한 “유빈이는 어릴 때부터 높은 기대에 대한 중압감 속에서 이만큼 성장했다. 견디는 방법을 아는 선수다.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각별한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겁 없이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오라”고 당부했다.
 

▲ (더핑퐁=안성호 기자) 레전드 정현숙 회장은 금메달 기운을 신유빈에게 심었다. 도쿄에서 잘하고 오겠습니다!

하늘 같은 선배의 소중한 조언을 들은 신유빈도 눈빛을 반짝였다. “회장님 말씀 잘 새겨서 머릿속에 넣고 또 연습하겠다.”면서 “이번 올림픽은 후회 없는 경기를 하는 것이 목표다. 연습한 만큼 하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다.”는 남다른 다짐으로 화답했다. 신유빈은 대표팀으로 돌아가 남은 훈련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7월 19일경 도쿄 현지로 출격할 예정이다.

이미 세계를 제패했던 레전드 선배와 그 길을 향해 달려가는 한참 어린 후배가 함께 한국탁구 파이팅을 외쳤다. 신유빈의 소중한 뜻은 더 어린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쓰일 것이다. 올림픽에서의 활약도 물론 성장을 위한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이래저래 의미 있는 기부의 현장이었다.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