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단체전 패배, 신유빈은 금메달급 활약, 7월 2차전 남아있어

▲ (문경=안성호 기자) 올림픽대표팀이 가상 실전을 치렀다. 참가선수와 임원들이 경기에 앞서 기념 촬영.

올림픽 탁구대표팀이 ‘제대로’ 워밍업했다.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민국 탁구 국가대표팀이 21일, 22일 이틀 동안 ‘㈜석정도시개발컵 올림픽탁구대표팀 실전대회’를 치렀다. 이번 경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무뎌질 대로 무뎌진 선수들의 실전 감각을 보완하기 위해 대한탁구협회(회장 유승민)가 특별히 마련한 무대다.
 

▲ (문경=안성호 기자) 대표팀의 무뎌진 실전 감각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한 무대다. 사진은 이상수-전지희 혼합복식조의 경기모습.

올림픽대표팀은 4월 진천선수촌 훈련, 5월 상무 촌외훈련 등 다양한 형태의 강화훈련을 진행해왔으나, 훈련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실전 감각 때문에 고심해왔다.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세계적 재난 속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회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까닭이다. 실제로 대표선수들이 출전한 국제대회는 지난해 11월 WTT 컨텐더시리즈가 마지막이었다.
 

▲ (문경=안성호 기자) 여자대표팀의 승리공식! 신유빈-최효주 조가 경기에서 이긴 뒤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협회는 테이블과 매트 컬러, 펜스 높이까지 올림픽 경기장과 가능한 한 흡사하게 환경을 조성했다. 심판과 선수들을 소개하는 장내방송을 실시했고, 다수의 중계카메라도 동원해 올림픽 실전을 방불하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이틀간의 경기는 협회 공식 유튜브 채널(KTTATV), 네이버,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현장감을 더했다. 둘째 날 오후에는 국군체육부대(부대장 곽합)의 지원으로 소속 장병들이 응원에 참여, 현지 분위기에서 있을 수 있는 변수도 미리 체험했다.
 

▲ (문경=안성호 기자) 안 풀리는 전지희.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최근 대한탁구협회 주요 후원사가 된 ㈜석정도시개발(대표이사 이창섭)은 협약과는 별도로 이번 실전에 5천만 원의 후원금을 투자했다. 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남녀단체전 각각 1위 천만 원, 2위 5백만 원 등 3천만 원 상당의 상금을 내걸어 선수들의 의욕을 북돋았으며, 남은 경비는 경기장 조성에 썼다. 올림픽으로 향하고 있는 한국탁구의 기운이 국군체육부대 선승관에 집중된 이틀이었다.
 

▲ (문경=안성호 기자) 주천희가 단단히 눈도장을 찍었다. 전지희와 이시온 등 국내 최강자들을 이겼고, 신유빈에게만 패했다.

남자 이상수(삼성생명), 정영식, 장우진(이상 미래에셋증권), 여자 전지희(포스코에너지), 최효주(삼성생명), 신유빈(대한항공)으로 구성된 대표팀 선수들은 자못 비장하게 경기에 나섰다. 남자 안재현(삼성생명, 올림픽팀 P카드), 박강현, 조승민(이상 국군체육부대), 여자 이시온(올림픽팀 P카드), 주천희, 김지호(이상 삼성생명)로 구성된 ‘국대B팀’이 이에 맞섰다. 개인전에는 김민혁(한국수자원공사), 김대우(보람할렐루야) 등 상비군 멤버들도 출전했다. 박규현(신반정보고), 박경태(두호고) 등 남자고등부 최강자들이 여자개인전에 출전해 훈련을 도운 것도 특기할 점이었다. 혼합복식 이상수-전지희 조의 상대로는 조승민-주천희 조가 나왔다.
 

▲ (문경=안성호 기자) 신유빈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과시했다. 이겼다, 또 이겼다!

이틀간의 경기에서 대표팀은 좋은 약을 삼켰다. 시합을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경기력을 보였다. 여자대표팀은 첫날 단체전에서 신유빈과 최효주가 복식과 단식을 모두 잡아내며 승리공식을 찾아냈다. 특히 막내 신유빈은 단체전 2단식에서 전지희를 꺾은 귀화선수 주천희를 완파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또 한 번 과시했다. 개인전에서도 삼성생명 에이스 김지호, 다시 만난 주천희, 그리고 남자고등부 최강자 박규현마저 잡고 우승했다. 선배들과의 시합도 시합이었지만 체격과 힘에서 앞서는 또래 남자유망주와의 풀-게임접전을 이겨내며 놀라움을 안겼다.
 

▲ (문경=안성호 기자) ‘영혼의 파트너’ 이상수-정영식 복식조.가 남자단체전의 문을 열었다. 올림픽에서도 같을 것이다.

빠른 박자와 많은 회전량, 묵직한 파워로 무장하며 ‘완성형 선수’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신유빈은 벌써부터 팬들로 하여금 도쿄올림픽 결과를 궁금해하도록 만들고 있다. 반면 에이스로서의 심적 부담이 역력해 보이는 전지희는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부진했다. 그래도 올림픽 이전에 보완 과제를 찾았다는 점은 오히려 다행이었다. 많지는 않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있고, 최효주와 신유빈이 같이 뛰고 있다. 전지희는 이상수와 함께 뛴 혼합복식에서는 4대 0의 완승을 거두고 메달 꿈을 이어갔다.
 

▲ (문경=안성호 기자) 초반 승부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조승민-안재현 조,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최강 복식조 중 하나다. 201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도 제패했었다.

남자대표팀은 만만찮은 강자들로 구성된 B팀을 맞아 벼랑 끝 승부를 펼친 끝에 뜻밖의 패배를 당했다. 믿었던 이상수-정영식 조가 복식을 패한 것이 큰 부담이 됐다. 상대 조승민-안재현 조는 대전동산중·고, 삼성생명을 거치며 내내 호흡을 맞춰온 최강조합이었다. 2016년 케이프타운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 남자복식 금메달 조이기도 하다. 영혼의 파트너 이상수-정영식 조가 이 강력한 조합과 접전을 펼쳤으나 끝내 패하면서 대표팀 분위기가 급전직하! 게다가 2단식에 나선 단식 주전 장우진마저 상무 홈그라운드에서 싸운 박강현의 기세에 눌렸다. 전날 단식 토너먼트 우승자 정영식이 3단식에 이어서 나왔으나 역시 홈그라운드에서 싸운 상무 소속 조승민에게 풀-게임접전 끝에 패했다. 결국 한 매치도 잡지 못한 채 완패를 당했다.
 

▲ (문경=안성호 기자) 남자부 단식 주전은 장우진이 책임진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첫 매치를 복식으로 시작하는 올림픽 단체전 경기방식에 따라 남자대표팀은 이상수-정영식 조의 승부에 많은 것을 걸고 있다. 세계적인 복식 강자들이지만 패할 경우는 그만큼의 부담이 따른다는 것을 여실히 실감한 경기가 되고 말았다. 올림픽 본선에서는 더욱 강한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도 이어진 단식 경기에서 장우진이 부담을 털어내지 못하면서 결국 패했다. 메달을 위해서는 남은 시간 동안 확실히 보완해야 할 과제다. 이번 가상 실전은 경기는 패했지만, 보완 과제를 확인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평가전이 됐다.
 

▲ (문경=안성호 기자) 박강현이 2단식에서 에이스 장우진을 잡고 부대장에게 경례!

단체전에 앞서 첫날 먼저 치른 남자부 개인전에서는 정영식이 우승했다. 8강전 박강현, 4강전 안재현, 결승전 장우진을 차례로 꺾었다. 정영식은 박강현과의 첫 경기에서 1대 3까지 뒤지다 극적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안재현과의 4강전 역시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도쿄에서 단식에 함께 도전하는 장우진과의 결승전에서도 듀스 접전만 세 번을 펼치고도 끝내 이겨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영식 특유의 끈기가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살아나고 있다. 2016년 리우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정영식은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문경=안성호 기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는 정영식. 개인전을 우승했다. 올림픽에서도 꼭 메달을!

현장에서 대표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전 세계가 똑같이 힘든 상황에서 이번 올림픽은 정신력 싸움이다. 가까운 일본에서 경기하는 것이 우리에겐 유리할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 “단체전에서 남녀 모두 첫 매치인 복식에 강점이 있고, 장우진, 신유빈 등 올림픽에 처음 도전하는 선수들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남자대표팀은 결승 진출, 여자대표팀은 4강 이상, 혼합복식도 결승 진출”이라는 목표를 또렷하게 밝혔다. 대한탁구협회는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5억 원, 개인전 금메달 1억 원 등의 포상금 규모를 이미 공표한 바 있다.
 

▲ (문경=안성호 기자) 승리하고 환호하는 B팀 벤치. 대표팀은 쓴 약을 삼켰다. 올림픽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대표팀의 가상 실전은 그리고, 이번 경기로 끝이 아니다. 오는 7월 9일, 10일 이틀 동안 1차전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또 한 번의 실전을 치른다. 2차 대회 때는 협회 메인스폰서 ㈜픽셀스코프(대표 권기환)가 후원사로 각별한 도움을 줄 예정이다. 2차 대회는 1차전에서 마음껏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선수들이 남은 기간 페이스를 끌어올려 불안감을 지우고 도쿄로 떠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무대다. 예상 밖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전지희, 또한 단체전에서 완패한 남자팀이 심기일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 (문경=안성호 기자) 두 번째 날에는 국군체육부대 장병들이 직접 나와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현재까지의 일정이 변경되지 않는다면 2020 도쿄올림픽은 오는 7월 23일 개막한다. 두 번째 실전대회를 마치면 열흘 남짓밖에 남지 않는다. 대표선수단은 7월 19일경 도쿄 현지로 출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실전 경험을 채워주는 가상 실전이 우리 대표팀의 메달사냥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 (문경=안성호 기자) 마지막 날 남자단체전은 곽합 국군체육부대장이 직접 시상했다.

㈜석정도시개발컵 올림픽탁구대표팀 실전대회 경기결과

여자단체전
국대B팀(ABC) 1대 3 올림픽팀(XYZ)
이시온-김지호 1(7-11, 6-11, 11-8, 9-11)3 신유빈-최효주
주천희 3(11-5, 11-8, 11-4)0 전지희
김지호 0(9-11, 9-11, 9-11)3 최효주
주천희 0(8-11, 4-11, 8-11)3 신유빈
이시온 -(-)- 전지희

여자단식 8강전
신유빈(올대) 4(11-8, 11-7, 11-6, 11-5)0 김지호(국대B)
주천희(국대B 4(11-3, 11-9, 12-10, 5-11, 9-11, 5-11, 11-4)3 이시온(올대)
최효주(올대) 4(12-10, 11-2, 11-8, 6-11, 11-7)1 박경태(국대B)
박규현(국대B) 4(11-9, 11-9, 11-9, 8-11, 11-8)1 전지희(올대)

여자단식 4강전
신유빈(올대) 4(11-9, 11-6, 11-9, 11-7)0 주천희(국대B)
박규현(국대B) 4(8-11, 9-11, 11-6, 11-9, 11-3, 9-11, 11-8)3 최효주(올대)

여자단식 결승전
신유빈(올대) 4(11-8, 7-11, 11-4, 8-11, 5-11, 11-8, 11-9)3 박규현(국대B)

혼합복식
이상수-전지희(올대) 4(11-7, 11-7, 11-5, 11-9)0 조승민-주천희(국대B)

남자단체전
국대B팀(ABC) 3대 0 올림픽팀(XYZ)
조승민-안재현 3(11-9, 2-11, 11-6, 6-11, 11-8)2 정영식-이상수
박강현 3(11-7, 8-11, 15-13, 11-7)1 장우진
조승민 3(11-6, 3-11, 11-8, 8-11, 11-9)2 정영식
박강현 -(-)- 이상수
안재현 -(-)- 장우진

남자단식 8강전
이상수(올대) 4(7-11, 8-11, 4-11, 11-3, 11-9, 12-10, 11-6)3 조승민(국대B)
장우진(올대) 4(11-7, 8-11, 12-10, 11-4, 11-4)1 김대우(국대B)
안재현(올대) 4(13-11, 11-2, 11-4, 11-9) 김민혁(국대B)
정영식(올대) 4(5-11, 8-11, 11-6, 7-11, 11-9, 11-4, 11-9)3 박강현(국대B)

남자단식 4강전
장우진(올대) 4(11-7, 11-9, 7-11, 12-10, 11-5)1 이상수(올대)
정영식(올대) 4(13-11, 8-11, 5-11, 11-9, 11-9, 13-11)2 안재현(올대)

남자단식 결승전
정영식(올대) 4(11-7, 8-11, 15-13, 12-10, 11-13, 11-7)2 장우진(올대)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