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 단체전도 관심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가 이겼다. 9일 인제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2021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 여자 기업부 단식 8강전에서 전지희가 신유빈(17·대한항공)을 3대 1(11-3, 11-6, 2-11, 15-13)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 (인제=안성호 기자) 아직은 내가 위! 전지희가 승리하고 4강에 올랐다.

수많은 매스컴의 관심에 부담을 느낀 탓일까. 신유빈은 경기 초반 범실이 잦았다. 양 핸드 공격이 자주 코트를 벗어났고, 리시브도 원활하지 못했다. 반면 전지희는 긴장한 신유빈을 노련하게 공략했다. 초반부터 공격적인 반구를 지속하며 신유빈의 실수를 유도했다. 두 게임을 빠르게 가져갔다.

3게임부터 양상이 달라졌다. 승리를 눈앞에 둔 전지희가 서두르는 기색을 보였고, 비로소 안정을 찾은 신유빈의 빠르고 강한 포어핸드가 통하기 시작했다. 단 2점만 내준 채 신유빈이 게임을 가져가자 전체 승부에도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 (인제=안성호 기자) 신유빈이 늦게 흐름을 찾았으나 승부를 되돌릴 수 없었다.

마지막 4게임이 승부처였다. 완연히 몸이 풀린 두 선수가 맞부딪치면서 시소게임이 전개됐다. 2-4로 리드당한 신유빈이 작전 타임을 썼다. 7-6까지 추격당한 전지희가 작전 타임을 썼다. 전지희가 먼저 게임 포인트를 가져갔지만 2점 차 열세를 신유빈이 극복하고 듀스를 만들었다. 다시 손에 땀을 쥐는 공방이 이어졌다. 전지희가 백핸드로 구석을 찔렀고, 신유빈이 포어핸드로 반격했다. 세 번의 듀스가 더 이어졌다. 13-13에서의 리시브 미스는 컸다. 결국 마지막 신유빈의 공격이 네트를 튕기며 전지희가 최종 승자가 됐다.

이로써 탁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여자탁구 신구 에이스 간의 맞대결은 일단 전지희의 우위가 유지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국제대회였던 올해 3월 WTT 스타컨텐더와 지난 7월 올림픽대표팀 가상 실전대회까지 두 차례 공식 경기에서 승리한 바 있었던 전지희가 국내 실업 무대에서의 첫 대결도 승리하며 공식 전적 3전 전승을 기록하게 됐다.
 

▲ (인제=안성호 기자) 전지희가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했다. 백핸드에서 많은 포인트를 잡았다.

물론 승부는 앞으로도 숱하게 이어질 것이다. 신유빈은 이제야 실업 무대 데뷔전을 치렀고, 국내 최강자 전지희는 신유빈과 같은 후배 선수들의 성장에 자극받는다. 오히려 전지희는 신유빈의 성장을 반겼다. “국가대표가 된 이후 우리 팀이 제대로 입상해본 적이 없다. 유빈이가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곧 아시아대회도 있고, 세계대회도 있다. 동료들이 함께 노력해서 결승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직후 전지희는 의미심장한 소감도 덧붙였다. “유빈이가 올림픽을 경험하면서 정말 많이 성장했다. 국제탁구연맹이 랭킹제도를 강화하면서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더 많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탁구계가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아쉽게 패한 신유빈도 소감을 전했다. “처음에 실수가 너무 많았다. 여유 있게 하자고 생각했는데 다시 서두르고 말았다. 후반에 조금씩 페이스를 찾았는데 지희 언니가 잘 대응했다. 졌지만 좋은 교훈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국제무대 도전을 앞둔 상황에 대해서는 “언니들이 다 잘하니까 나만 잘하면 된다”고 웃었다. “아직 1등이 아니다. 목표가 남아있으니 더 열심히 하겠다.”
 

▲ (인제=안성호 기자) 긴장한 신유빈. 좀 더 차분해져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신유빈의 소속팀 대한항공과 전지희의 소속팀 포스코에너지는 단체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남아있다. 10일 오전 대한항공이 한국마사회를 상대로, 포스코에너지가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준결승을 치른다. 여자탁구 신구 에이스의 이번 대회 두 번째 대결 가능성도 단체전에 아직 남아있다. 선전을 다짐한 두 선수가 대회 후 어떤 결과를 받아들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한편 같은 시간 치러진 여자 기업부 단식 또 다른 8강전에서는 윤효빈(미래에셋증권)과 김하영(대한항공), 양하은(포스코에너지)이 각각 승리하고 4강에 올랐다. 전지희는 오랜 복식 파트너 양하은과 4강전을 벌이게 됐다. 올해 전국종별선수권과 대통령기를 연속 석권한 윤효빈도 대한항공 귀화에이스 김하영을 상대로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실업탁구연맹(회장 이명종)이 주관하는 이번 대회 주요 결승경기는 10, 11일 이틀간 픽셀스코프의 AI무인중계로 포털사이트 스트리밍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 (인제=안성호 기자) 경기가 끝나고 라켓을 맞댄 두 선수.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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